미라에서 감지된 향기와 복원된 목소리
과학이 밝혀낸 고대 이집트의 새로운 단서

미라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다. 최근 과학 연구를 통해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감지되는 향기와 복원된 목소리가 밝혀지며, 3천 년 전 고대인의 삶이 더욱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라에서 감지되는 향기 성분을 분석하여 방부 처리 방식과 장례 의식을 추적했으며, 앞서 2020년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미라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들은 미라를 단순한 박물관 전시품이 아닌, 고대 문명을 경험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적 기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라에서 감지된 향기, 3천 년 전 장례 의식을 밝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후 세계로의 여정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들은 시신이 온전히 보존되어야만 영혼이 평온을 얻는다고 믿었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부 처리 기술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된 재료를 추적하기 위해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에 보관된 9구의 미라에서 감지된 향기를 분석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GC-MS-O) 기법을 활용한 연구 결과, 소나무와 삼나무 수지에서 나오는 깊고 진한 나무 향, 계피·몰약·유향 같은 강렬한 향신료 향, 그리고 식물성 오일이나 건조 과일에서 비롯된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향기는 단순한 보존 목적을 넘어, 고대 이집트 장례 문화와 종교적 의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시 이집트인들은 향기를 통해 신성함과 영혼의 순결함을 나타낸다고 믿었으며, 미라에서 발산되는 향이 죽은 자의 사후 세계 여정을 돕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3D 프린팅으로 되살린 미라의 목소리
향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5년 전, 또 다른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었다. 2020년, 연구진은 의료용 CT 스캐너와 3D 프린팅, 전자 후두를 활용해 고대 이집트 사제 네시아문의 성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네시아문은 약 3,000년 전 테베(현 룩소르) 지역에서 활동했던 이집트 사제로, 그의 미라는 비교적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그의 성도를 정밀 스캔한 후, 3D 프린터로 성대를 제작해 그가 남겼을 가능성이 있는 음성을 합성했다.
재현된 목소리는 “bed”와 “bad”의 모음 사이에 있는 단일 음에 가까웠다. 완전한 문장을 생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연구진은 미라의 음성을 복원하는 기술이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이 밝혀내는 미라의 새로운 이야기
미라에서 감지된 향기와 복원된 목소리는 과거를 단순한 기록이 아닌, 경험할 수 있는 역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향기 연구를 통해 고대 이집트 장례 의식을 분석하고, 음성 복원 기술을 활용해 고대인의 존재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한 학술적 성과를 넘어, 박물관 전시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미래에는 미라를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향기를 맡고, 그들이 남긴 목소리를 듣는 경험까지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고대 미라를 둘러싼 과학적 탐구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향후 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다면, 우리는 미라를 통해 과거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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