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왕권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념물이자, 도굴을 방지하기 위한 치밀한 보안 체계였다. 일부 피라미드는 ‘미로’와 유사한 구조를 가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피라미드 내부는 길을 잃을 만큼 복잡했을까?

고대 이집트의 ‘방어적 건축술’
이집트 왕들은 생전에 자신들의 사후 세계를 위한 무덤을 준비했다. 그러나 값진 보물이 함께 묻힌 만큼, 피라미드는 언제나 도굴꾼들의 표적이 되었다. 이에 따라 이집트 건축가들은 피라미드 내부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짜 문을 만들고, 막다른 길을 배치하기도 했다. 도굴꾼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실제 입구와 비슷한 구조물을 배치하고 무거운 석재를 사용해 통로를 막거나 이동을 어렵게 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간인 숨겨진 방을 설계하는 등 다양한 방어책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구조가 실제 ‘미로’라고 부를 만큼 복잡했을까?
미로처럼 보이지만, 미로는 아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현대적인 의미에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미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주요 목적이 길을 잃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침입을 방해하기 위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피라미드는 미로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1.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 (기원전 25세기)
이집트 최대 규모의 피라미드로 손꼽힌다. 가장 유명한 피라미드 중 하나인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는 내부에 여러 개의 복도가 얽혀 있으며, 도굴꾼을 속이기 위한 가짜 문과 막다른 길이 존재한다. 특히, 왕의 방으로 가는 길목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 경로 자체가 직선이 아닌 구조로 유명하다.
2. 아멘호텝 3세의 피라미드 (기원전 14세기)
이 피라미드는 비교적 작은 방들이 연결된 형태를 띠고 있으며,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통로를 의도적으로 막아 놓은 사례가 발견되었다.
3. 하와라 피라미드 (기원전 19세기)
이집트에서 가장 ‘미로’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피라미드는 바로 하와라 피라미드다. 이곳은 파라오 아메넴하트 3세가 만든 구조물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를 ‘엄청나게 복잡한 미로’라고 묘사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3000개가 넘는 방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이 구조가 실제 미로처럼 작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원래의 형태를 많이 잃어버려 상당 부분이 폐허 상태로 남아있다.
전설 속 ‘미로’와 현실적인 피라미드 구조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실제로 미로와 같은 구조를 갖춘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방어적 설계의 연장선이었다. 즉, 피라미드 내부에 복잡한 통로와 가짜 문이 존재했으나, 현대적인 개념의 미로처럼 일부러 사람을 길 잃게 만드는 목적은 아니었다. 다만, 하와라 피라미드처럼 ‘미로’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복잡한 구조도 있었으므로, 피라미드 내부에 미로가 있었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