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의 축복인가, 저주인가
천연자원을 가진 국가는 부유해야 한다. 풍부한 석유, 광물, 천연가스가 있다면 그것을 팔아 경제를 성장시키고 국민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 석유가 넘치는 베네수엘라는 국가 부도를 맞았고 다이아몬드가 묻힌 콩고는 내전에 휩싸였으며 천연가스로 유럽을 지배하던 러시아는 국제 경제 제재로 흔들리고 있다. 자원이 많다는 이유로 오히려 경제가 무너지고 부패가 만연해지며 국민들은 빈곤에 허덕인다. 우리는 이것을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과 탐욕, 선택의 문제다. 같은 자원을 가지고도 어떤 나라는 몰락했고 어떤 나라는 번영했다. 누군가는 자원을 부(富)로 만들었고, 누군가는 부패로 만들었다. 자원의 저주는 자원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이 만든다.
자원이 많아도 가난한 나라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 그곳은 경제 붕괴의 상징이 되었다. 정부는 석유 가격이 높을 때 복지를 확대했고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석유 수익에 의존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원유 가격이 폭락하자 모든 것이 무너졌다. 기업은 도산했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으며 수백만 명이 조국을 떠났다. 자원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부유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증명했다.
아프리카 최대 석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석유가 넘쳐나지만 국민들은 전기조차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한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석유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그 돈은 국민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기업과 정치인들이 석유 이권을 독점했고, 부패가 만연해졌다. 그 결과 국민들은 여전히 빈곤 속에 살고 있다. 자원이 많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원이 많을수록 그 혜택을 차지하려는 다툼이 커지고 소수가 모든 부를 독점하게 된다.
러시아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자원을 경제적 무기로 활용했다.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며 국제 사회에서 강한 협상력을 가졌고 석유 수출로 국력을 키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러시아 경제의 근간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국제 경제 제재나 유가 변동이 생길 때마다 러시아 경제는 출렁였다. 자원이 국가의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러시아는 보여주고 있다.

자원의 저주를 피한 나라
그러나 모든 자원 부국이 몰락한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는 석유 부국이면서도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석유 판매로 번 돈을 국부펀드에 적립했고 그것을 복지와 교육에 투자했다. 당장의 경제 성장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운영을 선택했다. 캐나다 역시 원자재 강국이지만 제조업과 IT 산업을 함께 육성하면서 경제적 균형을 맞췄다. 이들은 자원을 단순한 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바라봤다.
자원의 저주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다. 어떤 나라들은 자원에 취해 눈앞의 이익만 좇았고 어떤 나라들은 그것을 관리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설계했다. 어떤 나라들은 부패한 권력이 자원을 장악했고 어떤 나라들은 그것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었다. 같은 자원을 가졌어도 다른 길을 걸은 것이다.
자원이 많다는 것은 기회이지만 동시에 시험대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자원이 없는 나라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하며 경제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자원이 많은 나라들은 자원의 유혹에 빠져 나태해지기 쉽다. 자원만 믿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자원이 부를 가져다줄 수도 있고 몰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와 노르웨이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원의 축복을 받을 것인가, 저주에 빠질 것인가. 그것은 그 나라가 자원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자원의 축복과 저주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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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뇨넷호 사건과 기이한 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