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희생 후 24년… 한일 양국에서 계속되는 추모

2001년 1월 26일, JR 야마노테선 신오쿠보역에서 한 취객이 선로로 추락했다. 이를 본 한국인 유학생 고(故) 이수현씨와 일본인 사진작가 고(故) 세키네 시로씨는 망설임 없이 구조에 나섰으나, 빠르게 접근한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희생은 여전히 한일 양국에서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는 그의 모친인 신윤찬 LSH아시아장학회 명예회장에게 욱일쌍광장(旭日双光章)을 수여하며, 그의 가족이 20년 넘게 이어온 한일 우호 활동을 기렸다.
사고 이후, 일본 사회에 남긴 충격
사고 직후, 그가 다니던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에 소식이 전해졌다. 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신주쿠 경찰서와 안치소를 찾아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후 부산에 있는 관계자를 통해 유가족에게 연락이 전해졌다. 장례는 일본 현지에서 엄숙하게 진행되었으며, 학교 측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주요 인사들과 수많은 시민들이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모리 요시로 총리와 주요 각료들도 직접 조문을 왔으며, 이후 일본에서는 선로 사고 방지를 위한 대응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추모와 장학 사업으로 이어진 희생
이수현씨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LSH아시아장학회가 설립되었다. 아들의 희생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기억하고자 장학 사업을 시작한 고인의 부모님은 2002년부터 일본어학교 유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장학금은 2024년 기준으로 약 1,200명의 학생에게 지급되었으며, 현재까지 8,500명 이상의 후원자가 참여하고 있다. 해당 장학회는 그의 희생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참여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신오쿠보역에도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으며 매년 사고가 발생한 1월 26일, 추모식이 진행된다.
안전 대책 마련과 한일 관계에 미친 영향
이 사건은 일본 사회에 깊은 반향을 일으켜, 철도 승강장 안전 대책이 대폭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고 이후 철도회사들은 승객추락 긴급제동장치를 개발하고, 스크린도어 설치를 적극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내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 유학생의 희생은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으며, 이후 한일 관계와 한류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계속되는 기억, 그리고 미래
이수현씨의 가족은 일본을 자주 방문하며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장학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일본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도 실려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다큐멘터리 <가교> 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해졌다.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함께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점차 잊히고, 때로는 법과 제도를 둘러싼 논쟁으로만 남기도 한다. 하지만 유족은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아들의 희생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기억하고자 했다.
2025년 24주기부터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공식 추도식 명칭에도 ‘고(故) 이수현’이라는 이름이 추가되며, 그의 희생을 기리는 의미가 더욱 강조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용기와 희생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선한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기억하는 일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켜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고민이 계속되는 한, 그의 이름은 영원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